
2025년 12월 24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정치적 긴장과 사회구조의 혼란 속에서 권력과 정의가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범죄 시대극입니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과 현빈, 정우성을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실제 역사적 흐름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허구와 창작 요소를 더해 흥미진진한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1970년대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대극의 매력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 일본에서 발생한 하이재킹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마지다 켄지라는 이름의 비즈니스맨이 후쿠오카로 향하던 중 예상치 못한 북한행 하이재킹에 휘말리는 장면은 극의 긴장감을 단숨에 끌어올립니다. 당시는 하이재킹이란 개념조차 전무하던 시절로, 공항 보안검색도 없었기에 협군파는 총과 칼을 들고도 문제없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138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일본 비행기가 공중에서 납치당하자 일본은 삽시간에 국가 초비상태에 빠지지만, 정부의 대응은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베테랑 기장 혼다 쿠니오의 기지와 켄지라는 인물의 놀라운 협상력이 빛을 발합니다. 켄지는 인질범들을 설득하고 대화 주도권을 가져가며, 심지어 그들의 리더까지 열어버리는 교과서 같은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는 북한으로 가져갈 선물이 없다는 논리로 인질범들을 설득하고, 중앙정보부 긴급 통신 번호를 아이 엄마에게 미리 알려주는 등 모든 상황을 설계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결국 비행기는 평양이 아닌 김포공항에 착륙하게 되고, 이는 한국 중앙정보부가 서울 관제소를 통해 평양 관제소인 척 무전을 보낸 결과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항공기 보안 검색을 시작하고 하이재킹 방지법까지 만들게 됩니다.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당시 국가보안과 정보 전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백기태와 장건영, 두 주인공의 대립 구도
드라마의 핵심은 두 주인공의 극명한 대립 구도에 있습니다. 백기태는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소속의 야망 가득한 요원으로, 공식적인 활동과는 별개로 권력과 돈을 위해 불법 사업에 손을 대는 인물입니다. 그는 부산 최대 조직 만제파와 일본 야쿠자의 거래를 감시하면서도, 동시에 그 거래에 직접 개입하며 이익을 챙깁니다. 백기태의 직속 상관인 황국철 국장의 말 한 마디에 부산이 움직일 정도로, 당시 중앙정보부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 기관이었습니다.
반면 장건영은 부산지검의 검사로 원칙과 정의감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조만제를 검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며, 만제파의 이인자를 붙잡아 거래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펼칩니다. 그러나 백기태는 장건영의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모든 정보를 수집하며, 심지어 장건영 앞에 직접 나타나 "조만제 수사를 중단하라"는 사실상의 명령을 내립니다. 백기태는 조만제가 재일교포이며 북조선과 관련이 있다는 국가보안 논리를 내세우고, 자신이 1년 전부터 공작을 해왔다며 알리바이까지 확보합니다.
두 인물의 대결은 조만제 현장 급습을 앞두고 절정에 달합니다. 장건영 팀이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백기태는 모든 대화를 도청하며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검거를 앞둔 시점에 중앙정보부가 선수를 쳐서 마약을 가로채고, 부산지검은 가동이 중단됩니다.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한 장건영은 도청 장치를 검색하기 시작하며, 이로써 두 인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단순히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법치주의, 부패와 정의라는 거대한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권력과 정의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서사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정치적 긴장과 구조적 혼란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중앙정보부라는 거대한 권력 기관이 법을 초월하여 움직이는 모습, 검사조차 자유롭게 수사할 수 없는 환경, 그리고 국가보안이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불법 행위들은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백기태가 장건영에게 "같은 공무원끼리 잘 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수사 중단을 강요하는 장면은, 권력이 어떻게 정의를 억압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드라마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1970년 요도호 하이재킹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주요 인물과 갈등에는 허구와 창작 요소가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이러한 각색은 오히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마지다 켄지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냉철한 판단력과 전략적 사고, 그리고 이후 부산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실제 역사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물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에서 보여준 연출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정치 범죄 스릴러 장르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현빈, 정우성, 오도원, 조여정, 서운수, 정성일, 노재원, 원지안, 박용우까지 주조연을 나눌 것 없이 모두가 쟁쟁한 배우들로 구성된 캐스팅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욱 높입니다. 현빈은 배역을 위해 불끈한 몸과 올백 머리로 한국의 토마스 크라운 같은 느낌을 연출하며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메이드 인 코리아'는 2025년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가 작정하고 만든 텐트폴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라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권력과 정의의 충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며 현대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백기태와 장건영이라는 두 주인공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시대가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복잡한 서사를 보여줍니다. 실제 역사에서 영감을 받되 창작을 더해 완성한 이 작품은, 한국 정치 범죄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기에 충분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XbWqXbR18bY